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욥기 3장, 욥이 자신을 저주하다

by 말씀샘지기 2025.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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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리 원어 성경을 재해석한 말씀

1. 침묵을 깨고 터지는 고난의 외침

1절
"그 후에 욥이 입을 열어 자기의 생일을 저주하니라."

👉 해설:

  • ‘입을 열다’는 히브리어 וַיִּפְתַּח אִיּוֹב אֶת־פִּיו (vayiftach Iyov et-piv)
    긴 침묵 후의 깊은 내면 고백의 시작입니다.
  • 고난이 인내의 한계를 넘어섰음을 암시합니다.

2절
"욥이 말하여 이르되,"

3절
"내가 난 날이 멸망하였더라면,
사내 아이를 배었다 하던 그 밤도 그러하였더라면,"

👉 해설:

  • 생일을 ‘멸망하였더라면’(אָבַד, avad) — 소멸되었으면 한다는 뜻입니다.
  • 욥은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2. 창조의 질서를 되돌리고 싶었던 욥의 고통

4절
"그 날이 어두웠더라면,
하나님이 위에서 그것을 돌아보지 않으셨더라면,
빛도 그 위에 비추지 않았더라면,"

5절
"어둠과 사망의 그늘이 그날을 자기에게로 요구하였더라면,
구름이 그 위에 덮였더라면,
흑암이 그날을 두려워하였더라면,"

👉 해설:

  • 욥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빛마저 거부하고 있습니다.
  • 창세기 1장의 창조 질서를 역전시키는 듯한 시어는
    그의 절망이 존재의 뿌리까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6절
"그 밤이 캄캄한 어둠에 사로잡혔더라면,
해의 날들 중에 기입되지 않았더라면,
달 수에도 들지 않았더라면,"

👉 해설:

  • 히브리어 אַל-תְּשָׁעֵהוּ בִּימֵי שָׁנָה (al-t'sha'ehu bimei shanah)
    ‘그 날을 해의 날들 속에 기록하지 말았더라면’
  • 이는 자신의 삶을 시간 안에서조차 지우고 싶다는 고백입니다.

7절
"그 밤이 적막하였더라면,
즐거운 소리가 그 안에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8절
"날을 저주하는 자들,
바다 괴물을 일으킬 수 있는 자들이 그것을 저주하였더라면,"

👉 해설:

  • 바다 괴물(리워야단, לִוְיָתָן Livyatan)은 카오스와 죽음의 상징입니다.
  • 욥은 자신의 생일이 혼돈과 재앙으로 덮였기를 바란다고 토로합니다.

3. ‘왜 나는 태어났는가?’ – 존재의 물음

9절
"그 밤의 별들이 어두웠더라면,
아침을 바랐으나 오지 않았더라면,
동틀 무렵의 빛을 보지 못하였더라면,"

10절
"이는 내 어머니의 태를 닫지 아니하였고
고난을 내 눈으로 보게 하였음이니라."

👉 해설:

  • 욥은 인간이 경험하는 고통을 회피할 수 있었다면,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기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11절
"어찌하여 내가 태에서 죽지 아니하였던가?
어찌하여 내가 나올 때에 숨지지 아니하였던가?"

12절
"어찌하여 무릎이 나를 받았던가?
어찌하여 내가 젖을 빨았던가?"

👉 해설:

  • 반복되는 ‘어찌하여’(לָמָּה – lammah)는
    욥의 존재에 대한 절규와 신학적 질문입니다.
  • ‘무릎’, ‘젖’은 부모의 사랑과 양육,
    삶을 계속하도록 도운 모든 행위마저 원망하고 있습니다.

4. 죽음 속의 평안을 갈망하다

13절
"그리하였더라면 내가 이제는 눕고 평안히 자고 있었을 것이며,"

14절
"세상에 왕들과 모사들과 함께
자기들이 폐허로 만든 곳에 있었을 것이며,"

15절
"혹은 금을 가지며 은으로 자기 집을 채운 고관들과 함께 있었을 것이며,"

👉 해설:

  • 욥은 죽음을 평안과 안식의 상태로 인식합니다.
  • ‘왕들과 고관들’은 삶의 부귀영화를 누렸던 이들이며,
    죽음에서는 그들과 자신이 동일한 위치가 됨을 강조합니다.
  • 이는 죽음의 평등성을 말하면서,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는 심리적 붕괴를 드러냅니다.

16절
"혹은 낙태되어 땅에 묻힌 유산아 같이
나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며
빛을 보지 못한 아이들과 같았을 것이라."

👉 해설:

  • 히브리어 נֵפֶל טָמוּן (nefel tamun)
    ‘숨겨진 유산아’는 태어나지 못한 생명입니다.
  • 욥은 태어나지도 않았던 존재가 오히려 복되었을 것이라 느낍니다.

5. 삶의 고통에 대한 신학적 질문

17절
"거기서는 악한 자가 소요를 그치며
거기서는 곤비한 자가 쉼을 얻으며,"

18절
"거기서는 갇힌 자들이 다 함께 평안히 있어
감독자의 소리를 듣지 아니하며,"

19절
"거기서는 작은 자나 큰 자나 함께 있고
종이 자기 주인에게서 놓이느니라."

👉 해설:

  • 욥은 죽음을 억압 없는 평등의 장소로 묘사합니다.
  • 히브리어 שָׁם (sham) – ‘거기서’는 반복되며,
    죽음이 유일한 자유이자 안식의 공간처럼 느껴집니다.

20절
"어찌하여 고난 받는 자에게 빛을 주며
마음이 슬픈 자에게 생명을 주셨는가?"

21절
"그들은 죽기를 바라나 오지 아니하므로
땅을 파고 숨긴 보배를 찾은 것보다 죽기를 구하며,"

22절
"무덤을 찾아 얻으면 무척 기뻐하며 즐거워하느니라."

👉 해설:

  • 욥은 삶과 고통이 왜 공존해야 하는지 하나님께 묻고 있습니다.
  • ‘빛’(אוֹר – or)은 삶을 상징하지만,
    고통 속의 사람에게는 오히려 저주처럼 느껴진다는 시각입니다.

23절
"하나님께서 그 길을 숨기시고
울타리로 두르신 사람에게
어찌하여 빛을 주셨는가?"

👉 해설:

  • ‘울타리’는 원래 보호의 상징이었지만(욥기 1:10),
    지금은 갇힌 자의 감옥 같은 상태로 느껴집니다.
  • 욥은 하나님의 뜻이 너무 숨겨져 있다고 절규합니다.

6. 침묵에서 쏟아지는 탄식의 결론

24절
"내가 먹기 전에 탄식이 나고
내 울음이 물처럼 쏟아졌구나."

25절
"내가 두려워하는 그것이 내게 임하고
내가 무서워하는 그것이 내 몸에 미쳤구나."

👉 해설:

  • 욥은 과거에도 고난을 두려워했던 마음이 있었음을 고백합니다.
  • 이제 그 두려움이 현실이 되어 자신을 덮쳤다는 자괴감을 드러냅니다.

26절
"나는 평안도 없고
안일도 없고
휴식도 없고
다만 불안만이 있구나."

👉 해설:

  • 히브리어 동사군:
    שַׁלְוָה (shalvah) – 평안
    שׁוֹקֵט (shoqet) – 고요함
    נוּחַ (nuach) – 안식
    → 세 가지 모두 삶의 안정을 상징하는 단어들입니다.
  • 그러나 욥에게는 불안과 고통만이 남아 있습니다.

📖 오늘의 묵상

🙏 욥기 3장은 고통의 바닥에서 터지는 인간의 솔직한 탄식입니다.
욥은 하나님을 저주하지 않았지만, 삶과 존재 자체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의 외침은 곧 우리 안의 두려움과 아픔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깊은 절망의 시작은, 신앙의 진짜 여정이 열리는 첫 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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